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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 한국은 문맹 제로의 나라? 초등학교 한글 문해교육 전문교사 김중훈 인터뷰

관리자 | 2016.10.01 21:30 | 조회 408

한국에 살면서 미신처럼 듣는 말이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다’, ‘외국인도 배우면 금방 한글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고,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문맹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1,2 학년에게 적용된다. 기존 27차시였던 한글 교육이 2학년 때까지 총 45차시 이상으로 늘어나 초등학교 한글 교육이 대폭 강화되는 게 주 요지다. 이번 개정에 관해 교육부는 입학 전 한글 선행학습이 상식처럼 여겨져 사교육이 늘어나는 현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김중훈 교사는 현재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에서 한글 해득 교재 개발 및 한글문해교육전문가 과정 강의를 맡고 있다. 운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현직 교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세계 난독증 알리기 주간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의 문해 교육과 한글 교육 개선에 힘쓰고 있다. “문맹률보다 어느 정도나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문해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며 초등학교에서의 한글 교육 중요성을 설파하는 김중훈 교사를 만나 ‘한글은 우수한 언어’라는 인식과 실제는 어떻게 다른지, 가정에서는 한글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글날을 맞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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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늘린 교육과정


제7차 교육과정은 2000년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십여 년간 이어졌다. 그 당시 한글 문해와 관련한 교육 차시는 10차시 미만이었다. 한글을 모른 채로 학교에 오면 7시간 정도 만에 한글을 깨쳐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당시 교과서는 약 70%의 아동이 취학 전에 이미 문자를 해득하는 상태를 가정하고 개발되어 10여 년간 쓰였다. 한글 교육 차시는 이후로 점차 늘어 올해는 총 27차시로 늘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게 김중훈 교사의 의견이다.


“2000년부터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 이후 10년 동안 한글 사교육이 크게 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학교 선생님들도 한글을 집에서 해 와야 교과서를 따라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최근 수업 시간은 십 년 전보다 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글을 모르는 학생들은 3~4 주 정도면 한글을 깨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늘어난 교육 시간만 보자면 한글 교육만큼은 공교육에서 가르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그러나 이제까지 국어 시간에는 자음과 모음을 배울 동안, 같은 시간 수학에서는 받침 있는 글자를 알아야지만 문제를 풀 수 있는 교육이 나오는 등 과목에 따라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한글 독해 능력이 서로 다른 문제가 있었다.


“국어 시간에 기역과 니은, 자모음 배울 때 수학 교과서에서는 첫째, 둘째 등 받침 있는 글자까지 쓰게 합니다. 이미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는데 올해 나온 실험 교과서에서도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어요. 교과서 개발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 실험 대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교실의 양극화


김중훈 교사는 가장 큰 문제로 아이들 간의 문해능력 차이를 꼽았다. 환경과 능력에 따라 이미 큰 차이가 생겨서 하루빨리 개별화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교 입학한 아이들의 한글 문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전국적으로 조사했는데, 무엇보다 출발점부터 심각한 차이를 보이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이제 갓 입학한 1학년은 한글을 몰라도 되지만, 같은 1학년 교실인데 2학년 수준 이상으로 글을 유창하게 읽는 아이들과 한글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같이 있는 게 문제입니다.”


“환경적으로 가난한 소외 계층이거나 결손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한글을 어려워합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급격히 늘어나 예전보다 더 한글지도에 전문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즉, 교과서에 반응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글을 어렵게 익혀가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학교 선생님들은 체감하지만 행정을 담당하는 분들은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이 잘 안 될 겁니다.”


최근 달라진 상황 중에는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어난 측면도 있다. 외국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랄 경우 한국어 자극을 다른 아이들보다 적게 받아 한글 해득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97%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 어머니가 이주결혼 여성입니다. 모국어라는 말에서도 나타나듯이 엄마와 언어적인 자극이 필요한데, 어머니가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으면 언어 자극이 부족해집니다. 본질적으로 읽기는 소리와 철자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국어 촉진이 부족하면 한글을 습득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쉽게 생각하듯이 일반 학생들과 같은 방식으로 방과후 수업 한글 교실, 한글 프로그램 등으로 이런 학생을 가르치면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말이 완성되지 않고, 어휘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한글 읽기 이해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첫째’를 가르치면 ‘째’가 무슨 의미인지 몰라요. 경험 배경 안에서 어휘가 형성되는데, 자기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어휘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리와 철자를 연결하려면 자/모음의 명확한 음가를 알아야 합니다. 음가를 모르는 경우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발음 중심으로 지도를 하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경향으로는 다문화가정도 다양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4, 5살쯤 외국으로 건너가 생활한 아이들도 있고, 내내 외국에서 살다가 입학을 앞두고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당장 말부터 가르쳐야 하죠. 개별적인 문해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문화가정 외에 결손 가정 및 상황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도 한글을 어려워하게 된다. 생활이 어려워 아이들의 교육을 제대로 못 챙겨주는 가정은 다른 가정과 비교하면서 부채감을 느끼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다르다고 느끼고 점점 공부에 자신이 없어진다.


“환경적으로 조손 가정이나 결손 가정, 생활이 어려운 가정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가난해도 가족이 함께 살고 형제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아이 혼자 있고 부모는 일하러 가는 등 혼자 있는 날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 지속적으로 언어 발달을 촉진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은 언어 발달에 매우 치명적입니다. 특히, 도시 소외계층과 농산어촌 지역은 긴급하고 특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즉 문해교육에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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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률 0%의 신화


“올해 전국적으로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글 해득 수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아는 아이들은 90% 이상, 낱말 단위까지, 받침 없는 글자까지 아는 아이들은 87% 정도였습니다. 완벽하게 글자를 해득한 아이들은 70% 정도로 생각보다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통 글자로 글자 모양을 보고 읽지만, 실제 자모음의 음가까지 정확하게 해득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않다는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난독증과 읽기 장애를 인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난독증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고, 난독증 학생이 없다고 가정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읽기 부진 증세가 있는 학생을 위한 실질적 정책도 부족했다.


“옛날부터 전시 행정 목적으로 학교에 입학하면 문맹이 아니라고 집계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문맹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문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우리나라 문해 수준은 OECD 국가 중에 최하위 수준입니다. 글자를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모든 나라에서 평균적으로 10%에서 20% 정도 존재하고 결정적인 문제를 지닌 아이들은 5%에서 7%로 보고 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 때문에 문맹자가 없다는 미신이 있어요. 한글이 우수한 건 맞거든요. 그렇다고 문맹자가 없는 건 아닙니다.”


낮은 문해 능력은 높은 확률로 학습 부진으로 이어진다. 학습 능력 부진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이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일 가능성이 크다.


“학습 부진의 진짜 뿌리는 읽기 능력에 있습니다. 글을 유창하게 읽는 아이들은 읽기 이해도가 높아요. 더듬더듬 읽는 아이들은 문자를 해독하는 데 에너지를 다 쏟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교과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겠죠.”


“한 학생은 읽기를 못하는데 수 감각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수학 문제를 대부분 못 풀었어요. 옆에서 수학 문제를 읽어주면 대부분 푸는데, 문제를 읽는 게 어려워서 풀지를 못하는 거예요. 그런 아이들을 내버려 두면 잘하는 과목도 못하게 됩니다. 처음에 한글을 읽기 싫어지면 책 읽기가 싫어지고, 유창하게 읽을 가능성이 더 줄어듭니다. 수업시간에 이해하는 척하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와요. 학교 속의 생존 기술로 글을 이해하는 척하는 거죠.”


지역 격차도 점점 벌어진다. 교육열이 높고 경제적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에서는 한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 농어촌이나 어려운 지역에 갈수록 문해가 안 되는 학생들이 많다.


“아이들 따라 반응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부모님께 가정 지도를 요청 드려도 부모님이 못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읽기 부진 지도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확률로 보면 모든 학급마다 한 명씩은 한글 해득이 어렵습니다. 잘사는 동네에서는 한글 모르는 애가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어려운 동네로 가면 절반이 모르기도 합니다.”

 

 

불안해서 선행학습을 시키지는 말자


교육과정 개정 이후에도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을까,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선행학습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김중훈 교사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읽는 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만 5세 전에는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읽어주는 글을 보면서 책은 재미있는 거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부모님 품에 안겨서 정말 좋고 편안하다고 느낄 것이고, 책의 글자가 소리 정보를 가진다고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부모님은 항상 내 아이가 공정한 출발점에 서지 못할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자기가 입학 준비를 제대로 못 시킨 건 아닐까 걱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빼앗으면 안 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준비한다면 숫자를 1부터 10까지 쓰는 법, 자음과 모음의 소리,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쓰기는 가능하면 늦게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세 살, 네 살 때부터 쓰기를 시작하면 충분한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힘있게 연필을 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자가 삐뚤빼뚤합니다. 책은 많이 읽어주시되 너무 어렸을 때부터 쓰기를 시키는 건 아이들에게도 독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예외는 물론 있다. 선천적으로 발달 속도가 다르거나, 일찍 교정이 필요한 경우 빠른 교육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섯, 여섯 살 즈음 아이들은 글자에 관심을 보입니다. 관심을 가진다는 말은 배울 준비가 됐다는 뜻입니다. 이때 유독 글자에 관심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유심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발달적으로 글자와 소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느릴 수 있어요. 그 학생들은 오히려 음소 단위까지 낮춰서 자음과 모음을 적절하게 가르치면 난독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극복 가능한 수준까지 올릴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RTI(Response to Intervention)라는 중재반응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문해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전문가가 와서 가르치고, 그래도 안 되면 상위 전문가가 와서 다시 가르칩니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마자 학습장애 학생들이 절반으로 떨어졌어요.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소리글자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해마다 읽기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를 그냥 놓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수업 시간이 늘어난다면 많은 학생은 학교 교육을 통해 한글을 탄탄하게 익혀 갈 수 있지만, 다문화가정이나 발달적으로 난독 증세가 있는 학생들은 반드시 더 높은 수준으로 지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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