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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초등 고학년생이 100어절 읽는 데 1분 넘는다면?

관리자 | 2014.05.22 14:46 | 조회 546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98453.html

 


글자를 소리로 읽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난독증은 유전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난독증’을 아시나요

“아이가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걱정”이라는 학부모들이 많다. 보통은 ‘집중력 부족’을 탓하며 아이를 다그친다. 하지만 별무소용이다.
우리 아이가 난독증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즘 병원 등에 이런 상담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김중훈’을 쓰는데 ‘중’에서 모음이 ‘ㅗ’가 맞는지 ‘ㅜ’가 맞는지 모르겠더군요. ‘ㅡ’ 중앙에 세로로 작대기를 작게 그려 넣었어요. 남들은 글자를 그냥 쓰죠. 저는 전에 봤던 글자 이미지를 기억해서 그렸습니다.”

인천 간재울초 김중훈 교사가 노트에 ‘중’도 아니고 ‘종’도 아닌 글자를 적으며 초등학교 시절 경험을 털어놨다. 글자를 읽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읽기는 했지만 ‘제대로’ 읽고, 쓰지는 못했다. “중훈이 일어나서 읽어봐.” 선생님이 이렇게 시키면 이미 읽어보고 온 지문을 읽는 데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같은 조사를 반복해서 빼고 읽거나 서술어를 잘못 읽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말로 소리를 내서 공부하면 낫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읽는 데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능 정상에 읽을 줄도 아는데
읽기·쓰기 속도가 느리다면
난독증 아닌지 검사해보자
표준화된 진단 도구는 개발중

완치 안되나 악화는 막을 수 있다

잠재력 가진 이들도 많다
아인슈타인도 난독증이었다는데
배려 교육시스템 필요하다

병원, 연구소 등 난독증 상담 많아져

지능은 정상인데 왜 이렇게 글을 느리게, 잘못 읽을까? 김 교사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학습부진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신이 ‘난독증’(Dyslexia)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지만 글자를 소리로 연결해 읽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세를 말한다. 난독증은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은 잘 하는데 글을 읽을 때 매우 느리게 읽거나 중간에 어떤 단어만 삭제하고 읽거나 서술어를 반복해서 잘못 읽는 경우면 난독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능은 정상이거나 다른 사람보다 높아요. 근데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냥 때가 되면 나아진다거나 공부를 안 해서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죠. 제가 느리게, 잘못 읽는다고 혼났던 게 30년 전인데 변한 게 없습니다.”

김 교사가 속해 있는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지난 6월17일, 교사·학부모·난독증 관련 소아정신과 전문의 등과 함께 ‘난독증과 학습부진’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 교사는 “인터넷 포털에서 ‘난독증’을 검색하면 각종 병원, 민간 연구소 이름이 페이지를 가득 메운다.”고 말했다.

읽기, 쓰기 속도가 느린 게 핵심증상

수원 서울아이정신과 정재석 원장은 “한글을 읽을 줄은 아는데 읽기·쓰기 속도가 느린 것이 난독증의 핵심 증상이다”이라며 “초등 3학년 이상인데 100어절 읽는데 1분 이상 걸린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난독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부모들은 “글 읽기가 늦는 아이도 있다니까 크면 알아서 잘 읽겠지” 또는 “책을 제대로 안 읽고, 집중을 안 해서 그런 거야”라고 넘겨버리기도 한다.

난독증은 종류도 다양하다. 성남시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김밥’은 소리내 읽지만 ‘김’자만 있거나 ‘김치’처럼 다른 단어와 함께 있으면 읽지 못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들은 ‘김’과 ‘밥’이 붙어 있어야만 ‘김’자를 읽고 이해했다.

알파벳 ‘b’와 ‘d’, ‘p’와 ‘q’ 등 비슷하게 생긴 단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장을 읽을 때 같은 단어만 반복해 빼먹고 읽는 일도 있다. 김중훈 교사의 경우, ‘사과’, ‘연필’ 같은 구체적인 사물을 뜻하는 단어는 읽지만 ‘읽었다’ 등 동작을 나타내는 단어는 빼먹거나 제멋대로 읽었다. 시험문제에서 ‘맞지 않는 것을 골라라’고 요구했지만 ‘않는’을 읽지 못해 ‘맞는 것’을 고르는 일도 많았다.

외국에선 표준화된 난독증 검사 도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난독증을 진단하는 표준화된 검사 도구가 없다. 개발중이다. 지난 5~6년 동안 난독증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온 정재석 원장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넌센스 단어장’을 놓고 초진을 한다”며 두 개의 단어장을 보여줬다. 한 장에는 ‘손’, ‘차례’, ‘임금님’, ‘베토벤’, ‘할아버지’ 등 일반적인 단어가 적혀 있었고, 다른 한 단어장에는 ‘솣’, ‘차예’, ‘임금딤’, ‘베토펜’, ‘힐아비지’ 등 앞의 단어장에 적힌 단어에서 자음 또는 모음이 다른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는 두 가지 모드로 읽습니다. ‘베토벤’처럼 많이들 아는 글자는 통글자 방식으로 그냥 ‘베토벤’이라고 읽습니다. 그러다가 ‘베토펜’처럼 기존에 알던 단어랑 살짝 다르면 ‘어? 다르네?’ 하고, 낱글자 방식으로 유연하게 바꿔가며 읽죠. 난독증 아이들은 통글자로 알았던 단어와 유사한 단어가 나오면 같은 단어라고 생각하고, 똑같이 통글자 방식으로 읽습니다.”

“산만해서 이런다”고 무조건 혼내선 안돼

부모들은 아이가 글을 잘 못 읽거나 느리게 읽으면 ‘네가 산만해서 이런다’며 타박한다. 때론 주의력결핍장애(ADHD)로 오해도 한다. 실제 난독증 아동의 1/3이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다.

난독증 아이들은 사회성이 좋다. 산만하지도 않다. 집중을 하는데 ‘느리게, 못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김중훈 교사는 “주의력결핍장애 아이들을 보면 수업 시간에 뛰쳐나가는 등 과잉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며 “난독증은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진 않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대신 글자를 읽으려고 해도 못 읽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힘들어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탈리아 사람으로 우리나라에 귀화한 뒤 지난 2003년부터 난독증본부를 연 김하종 신부는 30살에 자신이 난독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김 신부는 난독증을 소프트웨어에 빗대 설명했다.

“일반적인 사람들 머릿속에 윈도우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난독증은 그걸 해독하지 못합니다. 대신 다른 운영체제인 리눅스는 해독할 줄 압니다. 자신의 소프트웨어 체제에 맞춰 공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이미지가 중요해요. 글자만 있어서는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난독증은 완치할 수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 단, 증상이 더 나아질 수는 있다. 난독증 관련 학부모 모임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cafe.daum.net/dyslexia7)의 운영자 신영화씨는 “글자 해독 자체가 안 되면 글을 읽어나갈 수가 없다. 해독에서부터 막히면 읽기 문제가 누적이 된다. 초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초등학교 3학년 전에 개입을 해주면 문제가 누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난독증 완치’라고 유혹하는 기관이나 사람도 있다. 김하종 신부는 “‘무조건 약물로 다 고칠 수 있다’, ‘난독증을 고쳐주는 기계가 있다’’, ‘특수 안경을 쓰면 고쳐진다’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제대로 진단을 받고, 난독 아이들한테 맞춤한 교육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잠재력 보이기도

담양 금성초 장옥순 교사는 난독증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희망을 봤다. 지난 2011년, 유치원 때부터 글을 읽지 못한 채 2학년에 올라온 난독증 학생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면서 난독증 아이들한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아이가 이해를 못 한다고 하면 쉬운 말로 다시 풀어서 소리내 읽어주기를 여러 번 했다. 매시간 평가를 할 때도 문제를 읽지 못하면 소리내 읽고, 설명해줬다. 반 아이들한테는 “이 친구는 너희들과 조금 달라서 읽는 게 느리기 때문에 함께 도와서 같이 읽게 해줘야 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던 공부에 자신감이 붙자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 교사는 “빨리 발견해서 도움을 주면 좋아질 가능성이 큰데 현재는 이 아이들을 학습부진아로 분류해 학습자료를 주고 문제만 푸는 식의 교육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속상해했다.

난독증이 심하지 않을 경우, 김 교사의 사례처럼 교사나 부모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도 있다. 김중훈 교사는 “들으면서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에 오디오북 등을 활용해 읽기 훈련을 도와주면 좋다”고 했다.

정 원장은 “부모나 교사가 잘못 알고 있는 처방도 있다”고 했다.

“난독증일 때 책을 많이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독보다는 반복해서 읽어주는 게 좋습니다. 묵독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소리를 내서 읽혀야죠. 아이가 크면 저절로 좋아지겠지 생각하지만 그냥 놔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난독증에 대한 정보를 나눌 창구가 없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이 만든 ‘꿈을 찾아가는 아이들’ 등의 모임도 생겼다. 현재 2790명이 활동하는 이 카페는 지난 2006년에 만들어졌다.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들이 연대한 공간이다. 카페 학부모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열면서 난독증 관련 교수진을 초청해 강연도 열고, 관련 도서 번역 작업도 한다. 운영자 신영화씨는 “난독증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할 때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데 학교에서는 이 아이들에 관심이 많지 않다. 현재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의 지원으로 언어치료사 자격증이 있는 분을 파견 받아 알파벳 음운인식 수업과 한글 음운인식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카페 학부모의 재능기부로 교과별 품앗이 수업도 계획중이다.

당장의 읽기, 쓰기에는 서툴 수 있지만 난독증 아이들에게는 숨은 잠재력이 많다.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배소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들이 아이가 난독증 있다는 걸 드러내기 꺼리지만 외국에서는 똑똑하고, 말도 잘 하고, 듣고 이해하는 것도 잘 하는데 읽는 게 조금 서툴다는 정도로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가능성이 많은 아이들이다”라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파블로 피카소, 알버트 아이슈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등이 난독증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천재가 나오려면 난독증 아이들을 배려한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영화씨는 “난독증 아이들은 읽기·쓰기에는 서툴지만 다른 강점들이 있는데 현재의 교육은 부족한 부분 하나만 놓고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정재석 원장은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연관관계를 잘 찾는다.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에 강해서인지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 중에도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주입식으로 공부하고, 평가하는 방식의 교육시스템에서 이런 학생들은 낙오자로 분류된다”고 했다.

금성초 장옥순 교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북유럽에서는 난독증 한 명을 파악하기 위해 전교생 16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며 “교사 차원에서 조금만 공부하면 난독증을 발견할 수 있다. 관련 교사 연수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난독증 때문에 나타나는 아동기(7~8살)의 대략적인 증상

자료: (한국문헌정보학회지, 김선호>

● 문자와 숫자를 반대로 쓰기가 지속된다.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

● 책이나 칠판의 내용을 옮겨 적는 것을 어려워한다.

● 공간 인지에 문제가 있다. (좌우 구별을 잘 못해 스포츠 활동이나 춤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 들은 것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워한다. (단어나 문장의 순서를 잘못 배열한다)

성인 난독증의 자기 진단법

자료: 국제난독증협회(IDA) ※7가지 이상 해당되면 난독증에 해당

● 천천히 읽는다.

● 학창시절 읽기를 배울 때 어려움을 겪었다.

● 의미를 파악할 때까지 2~3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 큰소리로 읽는 것이 불편하다.

● 읽거나 쓸 때 철자의 생략, 전후 도치, 철자 추가가 발생한다.

● 철자 조사를 한 다음에도 쓰기에 다시 철자 오류가 있다.

● 익숙하지 않은 복수의 단어들을 발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내용이 긴 책이나 소설보다 간단한 내용의 잡지기사를 더 선호한다.

● 학창시절에 외국어를 배우기가 매우 어려웠다.

● 다량의 읽기가 요구되는 프로젝트나 업무를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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